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선언으로 인해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에 유리한 협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단기적인 협상 카드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과 행보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이것이 단순한 협상 카드를 넘어 장기적인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위한 발걸음
최근 트럼프의 행정부의 행보를 대다수 전문가들은 '협상용 카드'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협상용 카드가 아니다"라고 인터뷰에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2월 1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국세청(IRS)을 폐지하고 모든 외부인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 밝혔죠. 그는 관세를 이용해야 한다며, 미국을 돌보고 세금과 남용, 낭비를 줄이기 위해 대외수입청(ERS, 관세·수입세 징수 기관) 신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강력한 협상 카드로만 인식했으나,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구체적 행보를 관찰해보면 정말 미국 국내 세금을 관세로 대체하려는 발걸음을 차곡히 쌓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양상을 고려할 때,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던 트럼프의 정책이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마저 듭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미국의 상황
미국 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1️⃣글로벌 리더십 2️⃣기축통화 3️⃣재정부채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 글로벌 리더십
미국은 경제, 군사, 기술 등 수 많은 분야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패권 국가'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급속한 성장세로 그 지위를 넘보고 있으며, 단 시간 내에 세계 2위로 부상하는 등 미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을 통해 억제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의 중국의 발전이 무섭습니다. 최근 10년간 출원된 AI 관련 특허 출헌 수는 압도적이며, 과학기술 연구의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이미 추월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에 불가피한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관세 전쟁을 통해 자국의 패권적 지위를 수호하고 재확립하려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패권 국가로서 오랫동안 '세계의 경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러한 역할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 뚜렸합니다. 일례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20년간 지속해 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탈레반 재집권을 시작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세계 각지에 주둔했던 미군 병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더 이상 미국인의 피와 재정이 외국에 소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우선주의'를 모토로 하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글로벌 안보 체제에서 미국의 역할 재정립을 시사합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전 과정을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협상의 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게서는 점령한 땅의 희토류 개발권을 협의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게는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개발 수익의 50%를 미국에게 제공하지 않을 경우,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미국의 변화된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서 다른 국가들을 지원하고자 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계의 패권 지위를 강화하는데 모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협상 카드를 넘어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장기적이고 실용적인 경제 전략으로써 활용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 기축통화
미국의 달러는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에서 금과 연동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최근에는 그 토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은 막대한 부를 통해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며,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는 달러를 대체할 국제결제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971년 미국의 금태환 정지 선언 후 달러는 신용에 기반한 화폐로 전환되었고, 미국의 필요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시작된 양적완화 정책과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달러 공급량은 전례없이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급격히 증가한 달러 유통량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 시켰으며, 지금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달러 기반 국제통화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의 흔들리는 국제적 위상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기치를 내건 트럼프에게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현실일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그는 기존 체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할 결의를 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재정부채
IMF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140%를 넘어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현재 부채는 약 36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FED의 자료에 따르면 국가부채 이자 부담이 국방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단일 항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과거와 비교해 미국의 국가부채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근본적 원인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미국 국채가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아 중국,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국채의 주요 구매자였던 중국이 추가 매입을 중단했고, 미국의 국제 경찰로서의 지위 추락, 재정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인해 여러 국가들이 미국 국채 수요를 축소했습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부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요층이 감소함에 따라 기존의 재정 운용 방식이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채 발행을 통해 미국 경제를 견인했던 정책 패러다임은 이제 그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전환점에 도달했습니다.
2.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
트럼프 행정부는 대내외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가운데 묘책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흔들리는 미국의 패권을 다시 찾고, 대내적으로 흔들리는 국가의 곳간을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선언은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여전히 세계 최대 강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 GDP의 25%를 점유하는 미국이 국제 질서 수호자의 역할을 내려놓고 경제적 영향력을 과시할 때 발생하는 파급효과를 국제사회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각국 정부 수반들은 관세 위협에 대응하여 협상을 제안하며 미국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양보안을 가지고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관세 정책이 "협상용 카드로 활용될 것이다"는 분석은 이처럼 타국으로부터 실질적 양보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재확립하고 단기적으로 타국으로부터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세 전략은 그 효용성이 탁월합니다. 특히 국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제약된 현 시점에서, 관세 전략은 협상 도구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대한 견제와 국채 발행 외의 대체적 자본 유입 경로를 확보한다는 복합적 효과를 창출합니다. 이러한 다차원적인 이점을 고려할 때, 관세 정책은 단기적 협상용 카드를 넘어 장기적인 경제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또한, 감세 정책이 실제 수행 과정에 있다는 것에서 관세 정책이 장기적 경제 전략이라는 것을 뒷받침합니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공무원들을 과감하게 해고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연방 정부의 낭비를 줄이고 행정 비용을 감축하여 연간 약 2조 달러의 비용이 절감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연간 약 1조 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며 목표치를 낮추긴 했습니다.) 미국 조세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소득세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연간 약 2.4조 달러의 세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초기 행정 비용 감축 목표와 유사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진정한 목표는 실제로 국내 세금 부담을 경감하고 해외 국가들에게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하는 실질적 전략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미국이 이러한 정책 기조를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심화되는 경제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 경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서 관세 부과와 감세 정책이라는 이중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3. 가상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미국 경기 침체와 금리 유지 우려로 투자 심리를 악화시켜 가상자산 가격을 크게 하락시켰습니다. 1월, 1억 6천만원을 상회했던 비트코인은 1억 1천만원대로 약 30% 하락했습니다. 다만, 역대 상승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의 30% 조정은 드문 현상은 아니므로, 상승장의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관세 정책은 가상화폐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내적 요인이 아닌 외적 변수로, 현 시점은 인내가 필요한 시기라 판단됩니다. 그 이유로 가상화폐 펀더멘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오히려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SEC는 최근 코인베이스와의 소송을 철회했으며, 로빈후드, 유니스왑, 제미니에 대한 조사도 별다른 법적 조치없이 종료했습니다. 27일에는 이더리움 개발사 컨센시스와의 소송 철회가 발표되어 규제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습니다. 특히, 3월 21일 예정된 미국 암호화폐 TF은 규제 명확성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합니다. 이는 시장에 추가적인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조정은 정말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가상화폐의 펀더멘탈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은 디지털 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직면한 재정 부채와 국제 신뢰도 하락으로 국채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USDT, USDC, RLUSD 등의 스테이블코인이 이를 보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상정했는데,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통화, 보험된 기관의 요구불 예금, 재무부 채권 등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미국 국채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줄어드는 미국 국채의 수요를 디지털 자산을 통해 보완한다는 기가막힌 전략을 세운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자산을 암호화폐 위에 올리겠다는 블랙록의 선언을 생각할 때,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얼마나 커질지, 그에 따라 미국 국채의 수요가 얼마나 많아질지 가늠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코인 대통령'이라고 칭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복합적인 경제 위협을 타국에 전가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재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리쇼어링을 통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고히 했을 때, 그제서야 트럼프는 달러 약세 정책과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의 본질은 부동산 재벌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은 암호화폐를 대규모로 구매하여 손실 구간에 있습니다. 그는 결국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은 미국의 경제 전략과 맞물려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확립과 더불어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결국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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